[사물 일기] 요단강의 바위가 기록한 ‘어린 양’의 물리적 실재 01. 유유히 흐르는 허무와 그 바닥의 침묵 강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그것은 단 한 번도 어긋난 적 없는 지상의 법도다. 나는 그 물줄기 아래 몸을 누인 채 수천 년을 버텨온 요단강의 바위다. 물은 나의 모서리를 깎아내며 허무를 가르쳤고, 나는 그 흐름에 순응하며 침묵을 배웠다. 나의 일상은 무심했다. 내 위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은 가벼웠고, 그들이 물속에 던져놓고 가는 ‘죄’라는 것들은 내 등에 이끼처럼 들러붙어 금세 부패했다. 나는 그저 그 자리에 박혀 있는,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 방관자였다. 존재한다는 것은 그저 물살의 압력을 견디는 일에 불과했다. 02. 공간을 가르는 하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