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 일기] 요단강의 바위가 기록한 ‘어린 양’의 물리적 실재
01. 유유히 흐르는 허무와 그 바닥의 침묵
강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그것은 단 한 번도 어긋난 적 없는 지상의 법도다. 나는 그 물줄기 아래 몸을 누인 채 수천 년을 버텨온 요단강의 바위다. 물은 나의 모서리를 깎아내며 허무를 가르쳤고, 나는 그 흐름에 순응하며 침묵을 배웠다.
나의 일상은 무심했다. 내 위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은 가벼웠고, 그들이 물속에 던져놓고 가는 ‘죄’라는 것들은 내 등에 이끼처럼 들러붙어 금세 부패했다. 나는 그저 그 자리에 박혀 있는,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 방관자였다. 존재한다는 것은 그저 물살의 압력을 견디는 일에 불과했다.
02. 공간을 가르는 하중: 육신이 된 말씀

차가운 강물 속, 어두운 바위 위로 닿은 젖은 발의 실루엣
그날, 한 남자가 강물 속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의 발이 내 거친 등에 닿는 순간, 나는 존재가 통째로 으스러지는 듯한 전율을 느꼈다. 그것은 한 인간의 무게가 아니었다.
그것은 '물리적인 고통이 된 사랑'의 하중이었다. 온 인류가 쏟아낸 비명과 도저히 씻겨지지 않는 깊은 어둠, 그리고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짐승의 공포가 그분의 발바닥을 통해 내 골수로 스며들었다. 말씀이 육신이 되었다는 것은, 이토록 무겁고 처절하게 사물의 뼈를 깎는 사건이었다.

나는 방관자로 남고 싶었다. "그저 흐르는 물이나 보며 살게 내버려 두라"고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분의 하중은 나의 비겁한 평화를 찢어발겼다. 그분은 나를 단순히 '딛고' 서 계신 것이 아니라, 내가 머금고 있던 모든 죄의 이끼들을 당신의 무게로 짓눌러 소멸시키고 계셨다.
03. [자기 반성] 우리는 무엇을 가볍게 여기며 살았는가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
그 음성이 공기를 찢고 들려올 때, 내 안의 모든 광물 입자들은 일제히 엎드렸다.
나는 비천한 돌덩이였으나, 창조주의 발등상이 되는 순간 내가 얼마나 가벼운 존재였는지를 깨달았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그분의 희생을 가벼운 관념으로 치부해버렸는가. 그분이 내 등의 균열을 메우며 견디셨던 그 하중을, 우리는 그저 세련된 문장이나 종교적인 수사로 소비하고 있지는 않았는가. 바위인 나조차 그 무게 앞에 신음하며 전율했는데, 정작 그 사랑의 대상인 당신은 왜 그토록 가벼운 발걸음으로 그분을 밟고 지나가려 하는가.
04. [새 힘] 부서진 자리에서 솟아나는 생명
하지만 기억하라. 그분은 가장 낮고 딱딱한 나 같은 바위를 디딤돌 삼아 구원의 길을 내셨다. 당신의 삶이 지금 깨진 바위처럼 거칠고 고독하다면, 바로 그 자리가 그분이 머무실 성소다.
나의 균열은 이제 상처가 아니다. 그분의 하중이 남긴 거룩한 흉터이자,
하늘의 빛이 스며드는 통로다. 당신의 무너진 자존심, 메마른
영혼의 밑바닥에 그분이 발을 내디디게 하라.
"방관의 잠에서 깨어나라. 그분의 무게를 견뎌낸 자만이, 세상을 이길 새 힘을 얻는다."
나는 이제 예전의 무심한 돌덩이가 아니다. 나는 창조주의 무게를 기억하는 증언자다. 오늘 당신의 삶도 그분의 거룩한 하중 아래 엎드려, 누군가를 살리는 '살아있는 디딤돌'로 거듭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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