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초입, 창가를 타고 들어오는 바람이 제법 보드라워졌습니다. 이맘때면 괜스레 마음 한구석이 간질거리는 건, 아마도 우리가 기억하는 ‘시작’의 순간들이 모두 이 계절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겠지요. 여러분은 기억하시나요? 새 학기를 앞둔 밤, 머리맡에 가지런히 두었던 그 빳빳한 새 책가방의 촉감을 말이에요. 어머니가 큰맘 먹고 사주신 그 가방이 너무 좋아서, 혹시라도 때가 탈까 조심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내일이 빨리 오길 바라는 마음에 품에 꼭 안고 잠들던 그 순수한 밤들 말입니다. 그때 그 가방에서는 참 기분 좋은 가죽 냄새와 묘한 설렘이 섞여 났습니다. 그 향기를 맡으며 잠들던 우리에게 '내일'은 두려움이 아닌, 내가 가장 아끼는 물건과 함께 나아가는 근사한 여행지였습니다. 레디코어(Ready-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