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합(Alabaster): 율법의 고착을 깨뜨리는 복음의 발효 01. 대리석의 고착(Fixation)과 봉인된 고독 나는 먼 이국땅의 햇살을 머금고 태어나 베다니의 한 어두운 구석에 유폐되었던 알라바스터(Alabaster) 옥합이다. 나의 피부는 희고 매끄러웠으며, 그 안에는 인도산 순전한 나드(Nard) 향유가 300데나리온이라는 구체적인 숫자의 가치로 응축되어 있었다. 나의 생애는 오직 '보존'이라는 수동적 가치에 복속되어 있었다. 단 한 방울의 향취도 휘발되지 않도록 나의 목을 굳게 닫고, 대리석의 침묵 속에 나를 가두는 것이 나의 자부심이자 존재의 논리였다. 사람들은 나를 보물이라 칭송했으나, 사실 나는 단단한 껍질 안에 유폐된 고독한 수감자에 불과했다. 나의 진정한 본질..